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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163 작성일: 2016/10/26 / 조회수: 2384
이름 강진경
제목 [e장인] 소리를 보여주는 예술가, 크리스틴 썬 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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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예술로 바꾸는 사람에는 누가 있을까. 작곡가, 가수, 연주자 등을 먼저 떠올릴 수 있다. 그렇다면 사운드아티스트는 어떤가. 사운드아티스트는 작곡가나 가수와는 조금 다른 개념으로, 소리를 시각이나 촉각으로 바꿔서 표현하는 예술가다. 악기뿐만 아니라 스피커, 음향장비를 사용해 다양한 방식으로 소리를 보여주는 예술가다. 얼마전  뉴욕현대미술관(MoMA)을 포함해 일본, 호주, 노르웨이, 독일 박물관 등을  종횡무진하는 사운드아티스트가 한국을 찾았다. 재미교포 3세 예술가, 크리스틴 썬 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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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틴 썬 킴은 현재 테드 후원을 받고 예술 활동을 하고 있다.


크리스틴은 최근 미술관이나 박물관의 초청으로 전시를 하고 퍼포먼스 연기를 하는 등 무척 바쁘다. 크리스틴 작품은 남들과 다른 관점으로 소리란 개념에 접근한다는 평가를 받곤 한다. ‘소리 예술가’라고 불리지만 정작 그녀는 태어날 때부터 소리를 들은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그녀는 청각장애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2008년 독일에 방문했을 때, 텅 빈 미술관을 자주 들르곤 했어요. 들리진 않지만 빈공간이 소리로 채워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러다 문득 소리로 예술로 표현해보면 어떨까 하고 생각했어요. 저는 평소에 대부분 수화로 얘기하거나 글로만 의사소통하거든요. 소리는 저에게 낯선 존재이지만, 제가 가진 의사소통방법으로 소리를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3월28일에 그녀가 보여준 퍼포먼스 제목은 ‘페이스 타임시그니처‘였다. 크리스틴은 피아노줄 10개를 관객들에게 나눠주고, 스피커를 그 피아노줄에 연결했다. 그리고 작가가 녹음한 목소리 일부를 녹음하고 특정 부분이 반복되도록 만든 후 스피커로 전송했다. 그러면 목소리 높낮이나 세기에 따라 줄이 다르게 떨린다. 이렇게 하면서 공기에 퍼지는 소리를 진동으로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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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28일 대림미술관 구슬모아 당구장에서 열린 ‘페이스 타임시그니처’ 공연


크리스틴은 이 작품을 만들기 위해 ‘max/msp 패치’를 사용했다. max/msp 패치는 소리를 제어하고 할 때 사용하는 프로그래밍 도구다. 컴퓨터를 잘 모르는 사람들도 쉽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디어 아티스트들이 즐겨 사용하는 도구로 알려져 있다.


“최근 저는 음악 장비나 프로그래밍, 모바일 기기들을 활용해서 예술로 표한하고 있어요. 그렇다고 기술을 잘 아는 사람은 아니에요. 그렇지만 예술가라면 새로운 도구에 대해 항상 호기심을 가지고 열려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도 그런 사람 중에 하나이고요. 예전에는 붓으로 그림을 많이 그렸지만, 소리에 집중한 다음에는 장비를 많이 사용하는 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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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28일 대림미술관에서 열린 ‘페이스 타임시그니처’ 공연(사진 : 대림미술관 구슬모아 당구장)


크리스틴은 현재 테드와 링컨모터스 후원을 받고 페이스 타임시그니처 공연을 전세계에서 진행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 등에서 공연을 한 뒤 많은 기획자들로부터 러브콜도 이어지고 있다. 크리스틴은 한국을 시작으로 런던, 홍콩 등지에서 예술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요즘엔 너무 바빠서 여가시간을 누리지 못할 정도라고 한다.


“저는 누구에게 메시지를 주거나 돈을 벌기 위해 예술을 하는 건 아니에요. 제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죠. 소리에 관한 작품들이 관심을 받는 것은 사람들이 그동안 접근하지 못한 방식으로 표현하면서 관객들에게 소리에 대해 다시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줬기 때문이라 생각해요.”


크리스틴은 평소 의사소통하는 과정을 예술로 옮기기도 한다. 평소 그녀는 수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아이폰과 아이패드 손글씨 앱을 이용해 하고픈 말을 전달한다. 2013년 3월에 진행한 ‘목소리 없는 강연’에서는 미술관 곳곳에 아이패드를 놓고 한 장씩 넘기면서 관객에게 자신의 생각을 전하기도 했다. 한국에서 진행한 ‘(소리없는) 작가와의 대화’에서는 큰 프로젝트를 이용해 벽에 글을 비춰 자신의 삶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들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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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29일 대림미술관에서 열린 ‘(소리없는) 작가와의 대화'(사진 : 대림미술관 구슬모아 당구장)


만약 그녀가 기술이 발달하지 않았던 1900년대 초에 태어났으면 어땠을까. 그랬어도 지금과 같은 예술가가 될 수 있었겠냐고 물으니 그녀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기술은 내가 세상 밖으로 나오게 해 준 큰 도구”라고 설명했다.


“컴퓨터나 스마트폰이 나오면서 저는 새로운 인간관계를 만들 수 있었죠. 이전에는 제 수화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만 만났거든요. SNS도 하고 e메일도 주고 받으며 저 멀리 있는 사람과 대화할 수 있죠. 바로 타이핑해서 보여줄 수 있는 좋은 앱과 가벼운 모바일 장비가 있으니 말로 대화하는 속도만큼 빨리 이야기 할 수 있어요. 스마트폰과 인터넷을 만난 뒤 저는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 됐어요. 새로운 사람들과 소통하는 재미가 무엇인지 알았거든요.”


소리가 들리지 않아 불편한 적은 없었을까. 그녀는 “특별히 없다”라고 말했다. 대신 이렇게 별다른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것은 “부모님께서 가지신 교육철학 덕”이라고 설명했다.


“부모님은 저에게 독립적인 사람이 돼라고 강조하셨어요. 예를 들어 치과에 갈 때면 항상 제가 직접 약속을 잡고 알아서 가라고 했어요. 저는 그게 처음에 너무 싫었어요. 전 들리지 않고 말을 할 수도 없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거든요. 그런데 스스로 알아보려하고 계속 도전하다보니 자연스럽게 혼자 상황을 헤쳐나가는 법을 배웠죠. 그만큼 부모님은 저희를 너무 사랑하고 계신다고 생각해요. 청각장애인을 키우는 건 다른 부모님과는 조금 다른 길을 가셔야 하거든요. 저를 위해 수화를 배우시고 항상 저와 이야기를 많이 나누셨어요. 저를 너무나도 사랑해주시는 부모님을 만난 건 참 행운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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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틴이 사용하는 아이폰과 아이패드. 수화를 모르는 사람들에겐 모바일 기기에 글자를 써서 보여준다.


크리스틴을 보면서 혹 천부적인 예술가로서 재능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자신은 의도하지 않았는데 남들에게 감동을 주는 건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도 처음부터 예술에 심취했던 것은 아니다. 그녀는 비주얼아트학교(School of Visual Arts, SVA)를 졸업한 뒤 평범한 회사에 입사해 7년 간 출판 일을 했다. 2010년 다시 바드대학교에 입학해 음악과 소리에 관해 공부하면서 예술가의 길로 들어섰다. 거기서 새로운 예술을 시도하다 발견한 것이 사운드아트였고, 소리를 예술로 표현하는 일에 푹 빠졌다.


“저는 많은 사람들이 수화를 배웠으면 좋겠어요. 꼭 청각장애인을 위해 배울 필요는 없어요. 자신을 표현하는 또 다른 방법을 배우면 새로운 자극을 받게 되거든요. 또 자기를 겉으로 표현하는 모든 것은 예술의 기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처럼 수화를 통해 의사소통하는 사람이나 말로 의사소통을 하는 사람이나 마찬가지예요. 결국 자신을 표현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누구나 예술가의 길을 걸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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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틴썬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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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커 위에 캔버스와 붓을 놓고 그림을 그리는 방식. 스피커가 흔들리면서  붓이 불규칙하게 움직이고 그림이 그려진다.  



☞목소리 없는 강연(2013년) 동영상 보기


☞페이스 타임시그니처 공연(2012년) 동영상 보기


☞크리스틴 썬 킴 인터뷰(2012년) 동영상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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